포기하지 말고, 굴복하지 마라
버진 뮤직을 운영하면서 건전한 경쟁에 익숙해 있던 나는 버진애틀랜틱을 시작하면서 건전한 경쟁과 비열한 수법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음을 깨달았다. 처음 항공사를 만들었을 때 우리는 브리티시 캘러도니언 이라는 항공사에 모든 정비를 맡겼다. 그 와중에 브리티시 항공에서 브리티시 캘러도니언을 인수했다. 브리티시 항공은 우리가 항공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공개적으로 우리를 경계했기 때문에 그들이 어떻게 나올지 내심 걱정이 됐다. 그러나 그들은 모든 기존의 정비계약을 지킬 것임을 교통부와 민간 항공국에 약속했고, 우리 역시 그들이 약속을 지키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우선 브리티시항공의 엔지니어들이 실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어이없는 일을 몇 차례나 저질렀다. 파일론(pylon: 비행기 동체에 날개, 엔진, 보조탱크, 미사일, 발사대등을 연결할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 손상됐다는 것을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 조사를 통해 파일론이 손상됐음이 밝혀졌고, 새로운 파일론을 주문했다. 우리는 그때 까지도 격납고 공간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파일론이 들어왔을 때는 정말이지 믿을 수 없게도 그들은 지지대를 거꾸로 용접해 놓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런 일들 때문에 결국 16일을 지체해야만 했는데, 더욱 화가 났던 건 그때가 가장 바쁘고 활발하게 움직여야 할 성수기였다는 것이다. 의도적인 방해임이 틀림이 없었다.
나는 직접 브리티시 항공의 최고 경영자에게 전화를 걸어 불만을 표시했다. "당신네 정비작업이 너무나 형편이 없어서 비행기가 추락할 지경입니다. " 그러자 그는 대뜸 이렇게 대꾸했다. "그건 항공 사업을 하려면 겪어야 할 문제 중 하나입니다. 당신이 음반 시장에만 붙어 있었더라면 이런 문제는 없었을 것이 아니요."
게다가 기내 서비스 인력에 지불되는 평균비용이 시간당 16파운드에서 61파운드로 수직 상승했다. 처음에는 입력이 잘못된 줄 알았다. 몇 차례 확인했지만 그건 엄연한 사실이었다. 16파운드가 61파운드로 뛰다니, 피가 거꾸로 솟을 지경이었다. 브리티시항공은 747기를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넓은 격납고 공간을 갖고 있는 유일한 회사였기 때문에 우리를 우습게 여긴 것이다. 결국 우리는 고비용과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아일랜드로 취항해 아일랜드항공사인 에어링구스의 서비스를 받기로 했다. 그들의 무례한 횡포를 절대 그대로 넘길 수 없었다.
브리티시항공의 독점을 막기 위해 우리는 런던 개트윅공항에서 도쿄로 출항하는 브리티시 캘러도니언의 항공편 4개를 지정받았다. 처음에는 항공편이 2개뿐이었지만 마침 일본 정부에서 도쿄행 시간대를 2개 증편해 결국 4개가 된 것이다. 브리티시 항공은 당연히 자신들에게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으나 결과가 뒤바뀌자 분개했다. 게다가 그 시간대 항공편을 우리에게 넘기게 되자 자신들이 매년 2억 5천만 파운드를 손해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주주들에게 돌아갈 2억 5천만 파운드의 수익이 리처드 브랜슨의 뒷주머니로 직행했다"고 분개했다.
이로써 사업초기에 어려움을 겪던 버진항공은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축하하기에는 아직 일렀다. 개트윅공항이 아닌 런던 히드로공항에서 출발해야 했는데, 브리티시 항공이 히드로공항의 모든 사용가능한 체크인 데스크와 화물운반 시설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그들은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이용할 권한을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냥 물러설 내가 아니었다. “모험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는 교훈을 실천하며 살아온 내가 아니던가. 나는 직접 히드로공항의 3번 터미널 주위를 거닐며 조사를 벌였다. 그리고 통째로 비어있는 체크인 데스크를 발견했다. 누구 것이냐고 묻자 '브리티시 항공'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나는 그 사실을 적었고 곧장 시설을 사용했다.
그 후 뉴욕으로 가는 시간대를 더 요청했을 때도 우리는 당치도 않은 시간대의 비행편이나 나가기만 하고 돌아올 수 없는 편을 배정 받았다. 결국 유럽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위협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원했던 모든 시간대의 비행 편을 얻어냈다. 분명히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새 항공사를 시작하는 일에 관련된 엄청난 재정적 위험이나 부정행위에 직면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당신이 해야 할 도전이 무엇이든 원칙은 같다. 포기하지 마라. 굴복하지도 마라. 그리고 또 다른 길을 모색하라. 세심한 조사를 거쳤다 하더라도 모든 아이디어가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당신의 경쟁자들이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도 있고 당신보다 앞설 수도 있다. 우리 모두는 실패를 통해서도 성장할 수 있으며, 성과 없는 아이디어에서도 무언가 배울 수 있다. 물론 그것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중요하지만 말이다.
- 리처드 브랜슨의(내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