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결정의 함정
정보편향의 함정 - 정보편향의 함정이란 동일한 출처 동일한 내용의 정보를 중복해서 받아들임으로써 발생하는 자기합리화 및 객관화를 말합니다.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생각이 사실임을 확인 시켜주는 정보를 찾고, 자신의 생각에 반하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현재 갖고 있는 생각에 확신을 더해주는 정보, 비록 그 정보가 중복된 것이라 하더라도 애착을 갖습니다. 이처럼 중복된 정보를 바탕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에 대해 확신을 갖지만 그렇다고 해서 판단의 정확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월스트리트 투자귀재인 피터번스타인이 작고전 칼럼니스트나 전문가중에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한 것은 귀기울일만한 대목입니다. "난 내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을 좋아해요. 내 의견에 동조하는 글을 읽는 것은 쉽죠. 하지만 그건 시간낭비입니다 " 특정정보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갖는 것은 심각한 판단착오와 함께 엄청난 비극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비극이 초래된 이유도 사실은 미 항공우주국(NASA) 관리 층의 특정정보에 대한 편향된 시각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챌린저호는 역사상 가장 추운날씨에 발사되었습니다. 사실 추운날씨가 고체연료 추진장치의 접합부품인 오링(O-rings)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첩보가 발사 전 NASA에 입수되었습니다.
그리고 NASA는 추운날씨와 오링간의 상관관계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자료도 충분히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NASA 관리층은 챌린저호를 제시간에 발사 시켜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단지 일부의 자료 즉 오링에 문제가 있었던 일곱 번의 발사 사례만을 분석해서 두 변수 간에는 별 상관관계가 없다는 오판을 내렸습니다. 그결과 우주인 7명의 목숨을 빼앗는 비극을 초래했습니다. 사고가 난 후 뒤늦게 24번의 모든 발사자료를 분석했더니 챌린저호가 발사된 날 오링에 문제가 일어날 확률은 99%를 넘었습니다. 온도와 오링간의 정확한 상관관계를 분석하려면 추운날 오링에 문제가 생겼던 사례, 추운 날 오링에 문제가 생기지 않은 사례, 춥지 않은 날 오링에 문제가 생겼던 사례, 춥지 않은 날 오링에 문제가 생기지 않은 사례등 4가지 경우를 모두 조사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도 NASA에서는 오링에 문제가 있었던 일부 사례만을 조사하여 두 변수간의 상관관계를 성급히 결론짓고 챌린저호를 발사시킨 것입니다. 이러한 정보편향의 덫에 걸려들지 않으려면 가령 구조화된 브레인스토밍 과정(Structured brainstorming process) 등을 도입해서 자신과는 다른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도 기꺼이 수용하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어떤 생각이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해당주장을 지원하는 증거뿐만 아니라 이를 반박할 수 있는 증거도 모두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회의에서 대세에 편승하기 보다는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사람(devil's advocate)의 역할이 중요한 것 도 이 때문입니다.
지이불행(知而不行)의 함정 - 아는 것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다국적 제약회사인 머크(Merck)가 자사의 관절염 치료제인 바이옥스(Vioxx)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뒤늦게 철수시킨 사례입니다. 바이옥스가 심각한 심장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부작용 우려는 2000년부터 의학저널에서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머크는 2004년 9월이 되어서야 이약을 시장에서 전부 거둬들였습니다. 약이 이미 1억개 이상 처방된 상태였습니다. 바이옥스 부작용과 관련된 첫 재판에서 머크가 2억5300만 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이후 이회사를 상대로한 바이옥스 피해소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현재까지 2만5000건의 심장마비 발작이 이약과 관련된 것으로 추산됩니다. 미국TV에는 바이옥스 처방받은 사람에게 부작용 소송을 권유하는 변호사들의 웃지 못 할 광고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귀중한 정보를 손에 쥐고도 뒤늦게 대응하는 바람에 막대한 비용을 치르게 됐을 뿐 아니라 세계적인 제약회사로서의 신뢰도도 큰 타격을 입게 된 것입니다. 왜 머크는 이러한 부작용을 알면서도 뒤늦게 대응했을까 왜 의사들은 이약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처방을 계속한 것일까 의사들의 경우 일부 환자에게서는 약의 긍정적인 효과도 보았을 것입니다. 회사는 판매를 위해 이약의 안전성을 주장 했을 것입니다. 부작용에 대한 공식적인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자인 의사와 제약회사가 정보편향의 함정에 빠져 자신의 생각을 반박하는 가치 있는 정보를 무시한 것입니다.
매몰비용의 함정 - 우리는 어떠한 의사결정을 할 때 이미 지불된 비용에 연연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른바 매몰비용(sunk cost·이미 투자한 비용)입니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통제를 벗어난 것으로 앞으로의 의사결정에는 정보로서의 가치를 지니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매몰비용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매몰비용에 근거해 그 후에도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프로젝트가 더 이상 매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프로젝트에 이미 투자한 비용 때문에 계속 진행하는 잘못을 범합니다. 이미 낸돈이 아까워 상한 음식일지라도 계속 먹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진 대표적인 사례가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Concorde)입니다. 영국과 프랑스가 1969년 함께 참여한 이 초음속여객기 개발 프로젝트는 생산비용이 높고 비행기 구조상 좌석수가 부족해 수입창출에도 문제가 있으며 마케팅 활동도 효과적이지 못해 항공사들이 별로 주문을 하지 않았던 그래서 장래가 매우 불투명한 사업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영국과 프랑스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계속 투자하다가 결국 2003년에 문을 닫고 맙니다.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지는 이유는 예전에 자신이 했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인간의 습성, 그리고 자신의 판단 잘못으로 그 많은 자원을 낭비한데 대한 자책감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사 결정이란 미래에 관한 것입니다. 현재를 기점으로 앞으로 치러야할 비용과 앞으로 누리게 될 혜택을 저울질함으로써 이루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져드는 것을 막을 방도를 강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