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어 하늘나라에서 주님 뵈올 때

May 27, 2012

<내가 죽어 하늘나라에서 주님뵈올 때 주님 따른다고 했으면서 내고난과 내십자가는 어디두고 왔느냐고 물으시면 내가 무어라 대답하겠습니까? >

주기철 목사님은 신사참배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죽음의 고문이 연이어지는 옥고를 여러차례 치르고, 나오던 1939년 2월 5일 주일날, 죄수복을 그대로 입고, 산정현 교회 강단에 올라 2천여명의 교인들 앞에서 설교를 하였는데, 주기철목사님은 로마서 8장 18절과 31-39절의 성경을 읽고, 이 기도가 자신이 감옥 안에서 늘 기도하던 다섯 가지의 기도제목이며, 동시에 이것은 교인들에게 유언과 같은 설교라고 하였다. 그는 또다시 옥고를 치르고 그의 가족들도 그가 보는 앞에서 모진 고문을 함께 당하며 협박과 회유를 종용받던중 광복 1년전 1944년 4월 21일, 그의 가족의 마지막 면회가 있던 날 밤 9시에 평양형무소에서 순교한다.

첫째, 나의 기도는 ‘죽음의 권세로부터 이기게 하여 주시옵소서’입니다. 나는 지금 바야흐로 죽음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무릇 생명이 있는 만물이 다 죽음 앞에서 탄식하며 무릇 숨쉬는 인생이 다 죽음 앞에서 떨고 슬퍼만 합니다. 그러나 이 죽음이 무서워 내가 의를 버리고 이 죽음을 면하려고 내 믿음을 버리지 않게 주님 저를 붙들어 주시옵소서. 주님은 나를 위하여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거늘 어찌 내가 이 죽음이 무섭다고 내 주님을 모른 체 하오리까. 주님을 위하여 열번 죽어도 좋지만 주님을 버리고 내가 백년, 천년 산들 그것이 무슨 삶이리요, 오직 일사각오(一死覺梧)가 있을 뿐이오니 이 목숨 아끼다 우리 주님 욕되지 않게 사망의 권세에서 나를 이기게 하여 주시옵소서.

둘째, 나의 기도는 "장시간의 고난을 이기게 하여 주시옵소서" 입니다. 한두 번 받는 고난은 혹 이길 수 있으나 오래 끄는 장기간의 고난은 견디기가 참 어렵습니다. 칼로 베고 불로 지지는 형벌도 한두 번이라면 당할 수 있겠지만 1년, 10년 계속되는 오래 끄는 고난이라면 참으로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그것도 절대 면할 수 없는 형벌이라면 어쩔 수 없이 당해야 하겠지만, 내 말 한마디 타협하거나, 내 고개 한번 까닥 하면 이 형벌을 면할 수 있다고 생각될 때 그 어느 누구도 넘어지게 마련입니다. 하물며 나같은 연약한 약졸이야 이루 말해 무엇하리요, 다만 내 주님만 의지하오니 나를 붙들어 주시옵소서, 이제 받는 고난은 오래가야 70평생이요, 장차 받을 영광은 주님과 더불어 영생불사의 몸이 될 것이라. 오직 주님의 십자가만 보고 나아가오니 이 몸을 붙들어 주사 이 환난을 이기게 하여 주시옵소서.

셋째, 나의 기도는 ‘내 어머니와 처자를 내 주님께 부탁합니다’입니다. 나에게는 80이 넘은 어머니와 병든 아내와 아들 넷이 있습니다. 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자식으로서의 의무도 지중하고, 한 남편과 아비된 책임도 무거워 더욱 괴롭습니다. 이 몸이 남의 발길에 채이고 상할 때, 내 어머니는 얼마나 가슴 아파 하시겠습니까? 또 내 아내는 병약한 사람으로 일생을 나를 위해 바쳤거늘 나는 남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고, 아버지로서의 자식을 키우고 돌보아야 하는 의무마저 저버리고 말았습니다. 짐승도 제 새끼를 사랑할 줄 알거늘 어린 자식 떼어두고, 죽음의 길을 가지 아니할 수 없는 이 마음 한없이 괴롭습니다. 자비하신 내 주님께 부탁하오니 인정의 젖줄이 나를 얽매이지 않게 기도합니다. 순교자로서 갖춰야 할 초인적인 용기를 저에게 주시옵소서.

넷째, 나의 기도는 ‘의에 살고 의에 죽게 하시옵소서’입니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면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여야 할 의가 있습니다. 백성은 나라에 대한 충절(忠節)의 의가 있고, 여인이라면 남편에 대한 정절의 의가 있고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리스도인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의가 있습니다. 오직 그리스도의 신부로서 다른 신에게 내 정절을 깨지 않게 하옵소서. 이 몸이 어려서 주 안에서 자랐고, 주 앞에 헌신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어떤 환난이나 곤고나 핍박이나 기근이나 적신이나 위험이나 칼 앞에서라도, 내 주 그리스도와의 사랑을 끊을 수 없으니 오직 의에 살고 의에 죽게 하시옵소서.

다섯째, 나의 마지막 기도는 ‘내 영혼을 내 주님께 부탁합니다’입니다. 옥중에서든 사형장에서든 내 목숨 끊어질 때 내 영혼을 받아 주시옵소서. 주님이 지신 십자가를 붙잡고 내가 쓰러질 때 내 영혼을 내 주님께 의탁합니다. 아버지의 나라가 곧 나의 고향이요, 아버지의 집이 곧 나의 집입니다. 더러운 땅을 밟던 이 내 발을 씻어서 나로 하여금 하늘나라의 황금길을 걷게 하옵소서.죄악에 오염된 이 세상에서 나를 온전케 하사 하늘나라의 영광의 존전에 서게 하여 주시옵소서. 내 영혼을 오직 내 주께 부탁합니다. 아멘

당신 어머님을 요한에게 부탁하신 주님께 내 어머님도 부탁합니다. 불효한 이 자식의 봉양보다 무소불능하신 주님께 내 어머님을 부탁하고 나는 주님의 자취를 따라 가렵니다. 80넘어 늙으신 내 어머님을 자비하신 주님께 부탁합니다. 병든 내 아내도 주님께 부탁하고 이 내 몸은 주님의 눈물 자취를 따라 가렵니다. 연약한 나를 붙들어 주옵소서. 연약한 제자들을 뒤에 두시고 골고다로 향하신 주님께 나의 자식들을 부탁합니다. 나의 어린 자식들을 자비하신 주님의 품에 두는 것이 변변치 못한 아비의 손으로 기르는 것보다 복된 줄로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