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을 지키는 젊은 다윗들

Jun 10, 2012

1973년 10월 6일 이스라엘 사람들이 경건한 마음으로 가장 성스럽게 지키는 ‘속죄의 날’, 이집트와 시리아 군대는 기습공격으로 욤 키퍼(Yom Kippur) 전쟁을 일으켰다. 불과 몇 시간만에 이집트 군대는 수에즈 운하를 따라 길게 펼쳐진 이스라엘 방어선을 돌파했고 , 이집트 보병은 어느새 이스라엘 탱크를 덮쳤으며 1차 공격의 뒤를 이어 수백 대의 적의 탱크가 계속 진격해 오고 있었다. 전 세계인을 놀라게 한 1967년의 6일 전쟁이 이스라엘 최고의 승전을 가져다 준 지 6년밖에 되지 않았을 때였다. 당시 건국된 지 19년을 갓 넘긴 이스라엘은 아랍군의 침공 태세에 전멸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군대는 6일만에 이집트, 요르단 그리고 시리아 군대를 동시에 무찌르고 도리어 대대적으로 영토를 확장했다. 이 전쟁의 승리로 이스라엘 국민들은 무한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그 후로 어느 누구도 아랍 연합군이 또 다시 대대적인 침공을 해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군내에서도 만약 아랍군이 무모하게 다시 쳐들어 온다고 해도 이스라엘군이 1967년 6일 전쟁 같이 최대한 빠른 시간에 정복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가장 경건한 마음으로 보내는 속죄의 날인 1973년 10월 6일, 이스라엘은 전쟁을 치를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수에즈 운하를 따라 가늘게 늘어선 이스라엘의 요새들은 이집트의 압도적인 침공에 무기력하게 쓰러졌다. 힘없이 무너진 1차 방어선 뒤에는 3개의 이스라엘 여단만이 돌격해 오는 이집트 군대와 이스라엘의 심장부 사이를 가르고 있었다. 겨우 56대의 탱크로 120마일이나 되는 길고 긴 전선을 방어할 책임을 지고 있던 인물은 암논 레세프 대령이었다. 그는 이집트의 공격에 자신의 탱크가 차례로 공격당하는 것을 목격했으나 정작 공격하고 있는 적의 탱크나 대전차포는 하나도 그의 눈에 띄지 않았다. 그는 대전차 무기의 사정거리를 벗어나기 위해 일단 후퇴했으나 무슨 영문인지 그의 탱크들은 계속 공격을 입고 폭파당하고 있었다. 그는 그제서야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공격 당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투가 격해지면서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탱크를 따라 움직이는 빨간 불빛을 봤다는 탱크 부대원들의증언을 통해 드디어 부대장들은 이집트가 사용하고 있는 비밀병기가 새거(Sagger,소련제 대전차미사일)라는것를 알아차렸다.

당시 이스라엘 방위군 집계에 의하면 남쪽과 북쪽 전선에서 400대의 탱크가 파괴됐고 600대의 탱크는 수리후 다시 전선에 투입되었다. 시나이 지역 부대의 경우 290대의 탱크 중 180대는 전쟁 첫날 파괴되었다. 이것은 IDF가 자랑하는 무적의 자신감에 큰 상처를 주었다. 새거는 전선으로 유도되는 미사일로 사수가 땅바닥에 엎드려 손쉽게 발사할 수 있으며,사정거리도 RPGs의 사정거리보다 열 배가 넘을 뿐만 아니라 파괴력 또한 월등했다. 미사일 뒤쪽의 빨간 불로 유도되는 새거는 사수가 빨간 불빛만 볼 수 있으면 미사일에 부착된 전선을 통하여 먼 거리에서도 정확하게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 정보군은 새거의 존재에 대해 전쟁 발발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군 고위층은 새거를 그저 또 하나의 대전차 무기로 생각했고 6일 전쟁 때처럼 손쉽게 쳐부술 수 있을거라고 안일하게 여겨 전혀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레세프와 그의 부대원들은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와중에 상대 무기를 파악하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알아야만 했다. 대원들의 보고서를 근거로 지휘관들은 새거의 취약점이 있음을 발견했다. 새거는 비교적 저속으로 날았고 사수는 육안으로 이스라엘 탱크를 볼 수 있을 때만 적중이 가능했다.

따라서 그들은 새로운 전략을 세웠다. 빨간 불빛을 보면 탱크들은 무작위로 흩어져서 볼 수 없는 사수를 향해 포격을 가하는 것이었다. 탱크가 흩어지면서 일으키는 흙먼지는 사수로 하여금 미사일 뒤쪽 빨간 불을 볼 수 없게 시야를 흐리게 했고 거기다 포격은 사수의 집중력을 떨어뜨렸다.새로운 전략은 대성공이었고 전쟁이 끝난 후 나토군의 전략으로도 채택되었다. 이 전략은 국방대학에서 수년간 가상전략으로 연마된 것도 아니었고 전투 매뉴얼에도 나오지 않는 실전에서 얻은 최전방 전투 대원들의 즉흫적인 전략이었다.이스라엘 군인은 상급자에게 문제 해결책을 요구하거나 책임을 전가하지 않으며 스스로 전략을 구축하고 실행하는 권한이 있다. 상황에 따라 새 전략을 고안, 채택, 적용하는 것이 당연시 돼있는것이 이스라엘군인의 상식이다. 에드워드 루트와크(군역사가, 전략가)는 “이스라엘 군대는 하급자에게 책임을 과감히 위임하여 군대의 순발력을 극대화 한다.”라고 평가한다. 이스라엘군은 고위장교의 숫자가 다른 나라 군대보다 현저히 적은 이유다.

미국의 장교 대 사병 비율은 1 대 5이지만 이스라엘 방위군은 1 대 9이다. 프랑스와 영국보다 더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이스라엘 공군도 마찬가지로 상위 장교의 숫자가 파격적으로 적다. 고급 장교의 수를 줄여서 명령 체계를 단순화한 것은 결과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30살의 질라드 파히 소령이 그 의미를 분명하게 보여준다.그는 18살에 특공대원으로 시작하여 보병 소대장으로, 중대장으로 부사령관을 거쳐 현재 보병 연대의 신병 훈련소의 총 지휘관이다. 파히는 “가장 흥미로운 그룹은 중대장”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이제 겨우 23살의 중대장이지만 100명의 사병과 20명의 장교와 하사관 을 통솔하며 군용트럭과 각종 탄약을 관리하는 등 책임이 막중하다.동시에 행정지역을 지키는 책임까지 있어 만일 테러범의 침투까지 처리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23살짜리 젊은이가 맡는것은 세계 어느곳에서도 찾아 볼수 없는 광경이다. 강대국에 비교해 이스라엘은 네 가지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이스라엘에는 땅, 사람, 그리고 시간과 예산이 부족하다.”바로 그것이다. 부족한 조건이 어리지만 골리앗을 이기는 다윗이 되어야만 하는 조건이 됐다.